1. 잭 케루악의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인데 그는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자연 발생적 글쓰기'로 명명했다고 한다. 요지는 의도적인 글쓰기를 경계하고 자연발생하는 생각들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블로그에 무엇을 기록할 때도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한동안 올리지 않았으니 뭐라도 업데이트해야지- 하고 쓸거리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쓸 내용이 떠오르면 노트북을 켜면 된다. 문장 하나하나의 연결을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지 말고, 그냥 떠오르는 생각들을 써 보자. 2. 생활에 달라진 것은 딱히 없다. 여전히 주 4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동네 도서관에 들를 때마다 책을 서너권씩 빌려서 천천히 읽는다. 명상은 꾸준히 하려고 하지만 하루에 한시간을 하는 것도 사실 꽤 힘든 일이다. 명..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쉬게 된 기간으로만 벌써 만 4개월을 채워가는 중이다.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의 나는 몇 달이라는 시간을 꽤 짧은 시간으로 여겼던 것 같다. 출근과 퇴근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하루하루는 권태롭고 무기력했지만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시간 자체는 빨리 가는 편이었다. 어쨌든 월급 한 번 받으면 한 달이 지나가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직장인으로 사는 인생의 시계는 빠르게 움직인다고 느껴졌다. 20년 다니고 명예퇴직(가능하다면)하는 것도 금방이겠구나,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퇴사 후 몇 달은 그렇게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인생에서 이 정도의 시간은 꽤 긴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을 요즘 부쩍 체감하는 중이다. 물론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
나는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인데 커피 전문점에서 매번 사서 마시는 것은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도 한 잔에 5000원 하는 스타벅스 커피는 일상적으로 매번 사먹기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보통은 편의점에서 2+1으로 파는 테이크아웃 잔 모양의 인스턴트 커피를 사서 냉장고에 두고 하나씩 꺼내 먹곤 했다. 그런데 이것만 해도 돈이 꽤 많이 든다. 캔커피가 아닌 이상 한잔에 천원 이상 든다. 문득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가 사 온 비알레띠 모카포트가 떠올랐다. 집에서 커피를 직접 추출하는 방법 중 비교적 간편한 방식이지만 그마저도 귀찮아 몇 번 사용하고는 싱크대 위 찬장에 처박아두었다. 시간이 많아진 지금은 딱히 귀찮을 건 없다, 라고 생각하고 당장..
퇴사를 실행할 당시에 꾸준히 받던 월급이 없어지더라도 궁핍하게 살지는 말자고 생각했었다. 소비의 질과 양이 행복을 100퍼센트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소비의 위축은 행복감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를 다닐 때처럼 조금 피곤하다는 핑계로 꽉 막히는 올림픽대로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택시를 타고오는, 그런 비합리적인 소비는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필요없이 물건을 많이 샀던 것 같다. 돈을 쓰는 행위 자체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꽤 경감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직구 게시판을 수시로 드나들며 가전제품이나 옷을 많이 샀었다. 세일 기간에는 관세가 면제되는 범위 내에서 브랜드 옷들을 장바구니에 꾹꾹 눌러담아 여러 번 사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니, 이게 국내에서..
퇴사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와 같이 별다른 계획 없이 실행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보통은 더 나아 보이는 직장으로 이직을 한다든지, 개인 사업을 시작한다든지 하는 이유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번듯한 직장을 왜 그만두냐고 주변에서는 우려하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퇴사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누군가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막상 돈을 벌기 시작하면 그것과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고민의 양상도 달라지는 것이다. "회사나 가고 싶다"가 "회사 나가고 싶다"로 변하는 순간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이유는 참 복합적이다. 조직 생활도 싫고 내가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회사에 들이붓는 것도 싫다. 월급날 오전에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