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잭 케루악의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인데 그는 자신의 글쓰기 방식을 '자연 발생적 글쓰기'로 명명했다고 한다. 요지는 의도적인 글쓰기를 경계하고 자연발생하는 생각들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블로그에 무엇을 기록할 때도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한동안 올리지 않았으니 뭐라도 업데이트해야지- 하고 쓸거리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게 쓸 내용이 떠오르면 노트북을 켜면 된다. 문장 하나하나의 연결을 너무 진지하게 고민하지 말고, 그냥 떠오르는 생각들을 써 보자. 2. 생활에 달라진 것은 딱히 없다. 여전히 주 4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동네 도서관에 들를 때마다 책을 서너권씩 빌려서 천천히 읽는다. 명상은 꾸준히 하려고 하지만 하루에 한시간을 하는 것도 사실 꽤 힘든 일이다. 명..
마지막 수업인 8주차에는 죽음 명상에 관한 수업이 진행되었다.죽음을 떠올리는 동안 우리는 더 이상 조건을 붙이지 않게 된다,라고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살면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내 머리는 그것들의 중요성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아마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돈, 인간관계, 스트레스 관리 등과 관련한 것들. 그러나 죽음을 상정하는 순간 그것들은 다만 공허해질 뿐이다. 삶에서 조건적으로 중요성을 부여받은 것들은 죽음 앞에 그 중요성을 즉시 상실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무조건적으로, 그냥 좋아할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가.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자리에 앉아 죽음을 명상해볼 필요가 있다. 죽음 명상은 그 과정에서 졸음이 많이 수반되고 특히나 ..
퇴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쉬게 된 기간으로만 벌써 만 4개월을 채워가는 중이다.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의 나는 몇 달이라는 시간을 꽤 짧은 시간으로 여겼던 것 같다. 출근과 퇴근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하루하루는 권태롭고 무기력했지만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시간 자체는 빨리 가는 편이었다. 어쨌든 월급 한 번 받으면 한 달이 지나가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직장인으로 사는 인생의 시계는 빠르게 움직인다고 느껴졌다. 20년 다니고 명예퇴직(가능하다면)하는 것도 금방이겠구나,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퇴사 후 몇 달은 그렇게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인생에서 이 정도의 시간은 꽤 긴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을 요즘 부쩍 체감하는 중이다. 물론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
1. 5주차와 6주차에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인사이드 무비를 집중적으로 했다. 두려움과 분노와 같은 감정들은 기본적으로 불쾌한 감정들이라 이를 외면하면서 살기 쉽다.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내 삶은 항상 행복해야만 해." 가르침에 따르면 대상 없는 감정은 없다고 한다.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에도 그것의 원인이 되는 사건 또는 인물이 있게 마련이다. 즉, 우리는 두려울 만한, 또는 화날 만한 일을 겪었기에 그에 수반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이러한 감정을 회피하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조각들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생을 잘 살 수 없다. 나에게 두려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외면하려 하겠지만 나는 끝까지 남아 스스로를 잘 보살필..
나는 커피를 자주 마시는 편인데 커피 전문점에서 매번 사서 마시는 것은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도 한 잔에 5000원 하는 스타벅스 커피는 일상적으로 매번 사먹기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보통은 편의점에서 2+1으로 파는 테이크아웃 잔 모양의 인스턴트 커피를 사서 냉장고에 두고 하나씩 꺼내 먹곤 했다. 그런데 이것만 해도 돈이 꽤 많이 든다. 캔커피가 아닌 이상 한잔에 천원 이상 든다. 문득 이탈리아 여행을 갔다가 사 온 비알레띠 모카포트가 떠올랐다. 집에서 커피를 직접 추출하는 방법 중 비교적 간편한 방식이지만 그마저도 귀찮아 몇 번 사용하고는 싱크대 위 찬장에 처박아두었다. 시간이 많아진 지금은 딱히 귀찮을 건 없다, 라고 생각하고 당장..
외적 자산과 내적 자산이 있다.자산이라고 하면 보통 현금, 증권, 부동산 따위를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배워 왔기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자산을 외적 자산과 내적 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은 이것들보다 더 상위의 분류이고 보다 본질적이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외적 자산은 물질(돈)이다. 외적 자산이 있어야 월세와 공과금도 내고 밥도 사먹을 수 있다. 외적 자산이 부족하다면 우리는 곤궁해진다. 어린 아이들도 돈이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금방 안다. 굶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버는 돈은 최소한 쓰는 돈보다 같거나 많아야 한다. 쓰는 돈보다 덜 번다는 것은 통장 잔고가 계속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그럼 언젠가는 통장 잔고는 텅 비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런 상황은 누구나 피하고 싶다. 살아가는 데 외적 자산이 중요하다..
버거와 맥주를 먹고 마시며 명상을 해 보았다.쉽다.음악도 틀지 않고 어두운 조명 아래의 작은 스툴에 징거버거와 블랑1664만 단촐하게 놓아둔 채 맥주를 한 모금, 그리고 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물기를 반복했다. 맥주를 마실 때는 온전히 맥주를 마시는 나 자신에 집중. 맥주의 향과 목을 간지럽히는 탄산의 자극에 집중하고 버거를 먹을 때는 빵과 닭가슴살의 식감에 집중하면 된다. 즐거움에 집중하기는 참 쉽다. 인생 전체가 버거와 맥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직장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할 무렵, "내가 처한 곳에서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우연히 접한 후 회사에서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 모든 것은 마땅히 공(空)한 것이니 내가 이토록 싫어하는 회사라도 그 본질은 좋은 것도 싫은 ..
수업 초반에 김도인 선생님이 준비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스스로의 심리적 탈진 여부를 테스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총 40가지의 문항을 들으며 각 항목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는 방식이었다. 테스트 결과 난 심리적 탈진 '후보군'인 것으로 밝혀졌다. 출근을 더 이상 하지 않는데도 이 정도라니. 명상을 통한 마음의 고요가 절실해진다. 마음이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그것을 판단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코끼리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기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고 있다면 그 감정 자체를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의 세밀한 부분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감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감정이 일어날 ..
퇴사를 실행할 당시에 꾸준히 받던 월급이 없어지더라도 궁핍하게 살지는 말자고 생각했었다. 소비의 질과 양이 행복을 100퍼센트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소비의 위축은 행복감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를 다닐 때처럼 조금 피곤하다는 핑계로 꽉 막히는 올림픽대로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택시를 타고오는, 그런 비합리적인 소비는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필요없이 물건을 많이 샀던 것 같다. 돈을 쓰는 행위 자체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꽤 경감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직구 게시판을 수시로 드나들며 가전제품이나 옷을 많이 샀었다. 세일 기간에는 관세가 면제되는 범위 내에서 브랜드 옷들을 장바구니에 꾹꾹 눌러담아 여러 번 사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니, 이게 국내에서..
사랑하던 것을 떠나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여러번 겪어도 늘 처음인마냥, 어딘가에서 본 이별의 몇 단계를 필연적으로 거쳐 가야 하는 것일까.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이 나온지도 한 달이 더 지났지만 나는 아직 그 '이별'을 완전히 수용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다.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의 발매를 기다리는 동안은 마지막 앨범이라는 아쉬움보다는 음악 자체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공식 홈페이지의 일기에서 다음 앨범에 대한 실마리가 언급될 때마다 "오오.. 이제 곧 나오는건가"하고 잔뜩 기대하고 또 그 뒤의 기약 없는 기다림에 다소 실망하는 과정을 여러번 겪고 나서는 마지막 앨범이든 뭐든 일단 음악부터 좀 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검정치마의 [Te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