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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와 맥주를 먹고 마시며 명상을 해 보았다.
쉽다.
음악도 틀지 않고 어두운 조명 아래의 작은 스툴에 징거버거와 블랑1664만 단촐하게 놓아둔 채 맥주를 한 모금, 그리고 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물기를 반복했다. 맥주를 마실 때는 온전히 맥주를 마시는 나 자신에 집중. 맥주의 향과 목을 간지럽히는 탄산의 자극에 집중하고 버거를 먹을 때는 빵과 닭가슴살의 식감에 집중하면 된다.
즐거움에 집중하기는 참 쉽다. 인생 전체가 버거와 맥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직장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할 무렵, "내가 처한 곳에서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우연히 접한 후 회사에서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 모든 것은 마땅히 공(空)한 것이니 내가 이토록 싫어하는 회사라도 그 본질은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닐 수 있다. 그러니 그 좋지도 싫지도 않은 곳을 내가 선택했으니 나 스스로 잘 이겨내보자.
그러나 그 실천은 만 하루만에 공(空)하게 끝나버렸다. 도저히 주인으로서 살기가 어려웠다. 오랜 직장 생활로 인해 노예화가 너무 깊이 진행되었나 보다.
사르트르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내 세계는 결국 다 없어질 것이지만 나는 현재 여기에 존재하고 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실존한다. 수명을 다 하면 결국 죽을 인생이지만 지금은 이 곳에 살아 있다. 인생을 긍정해 보자. 낙관이 아닌 긍정,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받아들이기.
현재에 집중하는 삶은 참 좋아 보인다. 인류의 선생님이라고 부를 만한 분들은 대부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현재는 선물(Present)이라는 낡은 명언도 있지 않은가.
사실 이러한 고민들을 미리 하고 회사를 갔어야 했다. 호흡 명상만 하더라도 생각이 자꾸 다른 곳으로 새면서 집중이 안 되는데 실존하기의 첫 번째 퀘스트가 무려 회사라니. 이건 아무래도 너무 가혹한 것이다. 네 살 때부터 명상을 했으면 모를까.
'실존하는 법을 터득하기 위함'이라는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퇴사한 것은 아니지만 퇴사 후 명상 수업을 듣다 보니 현재에 집중하는 삶의 방식을 체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해 보자. 맥주명상, 호흡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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