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인 8주차에는 죽음 명상에 관한 수업이 진행되었다.죽음을 떠올리는 동안 우리는 더 이상 조건을 붙이지 않게 된다,라고 선생님이 이야기했다. 살면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에는 대부분 이유가 있다. 내 머리는 그것들의 중요성에 대한 합당한 근거를 아마도 마련하고 있을 것이다. 돈, 인간관계, 스트레스 관리 등과 관련한 것들. 그러나 죽음을 상정하는 순간 그것들은 다만 공허해질 뿐이다. 삶에서 조건적으로 중요성을 부여받은 것들은 죽음 앞에 그 중요성을 즉시 상실하게 된다. 그렇다면 내가 무조건적으로, 그냥 좋아할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가.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자리에 앉아 죽음을 명상해볼 필요가 있다. 죽음 명상은 그 과정에서 졸음이 많이 수반되고 특히나 ..
1. 5주차와 6주차에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인사이드 무비를 집중적으로 했다. 두려움과 분노와 같은 감정들은 기본적으로 불쾌한 감정들이라 이를 외면하면서 살기 쉽다.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내 삶은 항상 행복해야만 해." 가르침에 따르면 대상 없는 감정은 없다고 한다.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에도 그것의 원인이 되는 사건 또는 인물이 있게 마련이다. 즉, 우리는 두려울 만한, 또는 화날 만한 일을 겪었기에 그에 수반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이러한 감정을 회피하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조각들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생을 잘 살 수 없다. 나에게 두려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외면하려 하겠지만 나는 끝까지 남아 스스로를 잘 보살필..
외적 자산과 내적 자산이 있다.자산이라고 하면 보통 현금, 증권, 부동산 따위를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배워 왔기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자산을 외적 자산과 내적 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은 이것들보다 더 상위의 분류이고 보다 본질적이다. 그래서 마음에 든다. 외적 자산은 물질(돈)이다. 외적 자산이 있어야 월세와 공과금도 내고 밥도 사먹을 수 있다. 외적 자산이 부족하다면 우리는 곤궁해진다. 어린 아이들도 돈이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금방 안다. 굶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버는 돈은 최소한 쓰는 돈보다 같거나 많아야 한다. 쓰는 돈보다 덜 번다는 것은 통장 잔고가 계속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그럼 언젠가는 통장 잔고는 텅 비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런 상황은 누구나 피하고 싶다. 살아가는 데 외적 자산이 중요하다..
버거와 맥주를 먹고 마시며 명상을 해 보았다.쉽다.음악도 틀지 않고 어두운 조명 아래의 작은 스툴에 징거버거와 블랑1664만 단촐하게 놓아둔 채 맥주를 한 모금, 그리고 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물기를 반복했다. 맥주를 마실 때는 온전히 맥주를 마시는 나 자신에 집중. 맥주의 향과 목을 간지럽히는 탄산의 자극에 집중하고 버거를 먹을 때는 빵과 닭가슴살의 식감에 집중하면 된다. 즐거움에 집중하기는 참 쉽다. 인생 전체가 버거와 맥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직장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할 무렵, "내가 처한 곳에서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우연히 접한 후 회사에서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 모든 것은 마땅히 공(空)한 것이니 내가 이토록 싫어하는 회사라도 그 본질은 좋은 것도 싫은 ..
수업 초반에 김도인 선생님이 준비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스스로의 심리적 탈진 여부를 테스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총 40가지의 문항을 들으며 각 항목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는 방식이었다. 테스트 결과 난 심리적 탈진 '후보군'인 것으로 밝혀졌다. 출근을 더 이상 하지 않는데도 이 정도라니. 명상을 통한 마음의 고요가 절실해진다. 마음이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그것을 판단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코끼리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기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고 있다면 그 감정 자체를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의 세밀한 부분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감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감정이 일어날 ..
지인의 추천으로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영화 [미스터 노바디 Mr. Nobody]를 보았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는 이제는 다소 식상해진 아이디어를 이렇게 흥미롭게 들려줄 수도 있구나, 역시 스토리텔링의 힘은 강력하다. 뭐, 보다 더 깊은 철학적 함의가 숨겨져 있을 수는 있겠지만 굳이 다른 사람들의 리뷰는 찾아보지 않기로 했다. 과거의 선택들이 현재의 나를 규정한다. 우리의 경험은 대부분 선택적이다. 물론 이 세상에 태어나는 선택은 내 것이 아니었지만 머리가 크고 나서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과거의 사소한 선택 하나가 내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
첫 수업을 들은 이후 지금까지 인센스 스틱을 세 개 사용했다. 아마도 내일은 집에서 하는 명상을 쉬게 될 것 같으니 이대로 두 번째 수업을 가게 될 것 같다. 확실히 향을 피우니 명상의 집중도가 올라가긴 한다. 스틱에 불을 붙여두면 20분 정도 스스로 타게 되는데 명상 중간에 눈을 뜨게 될 경우 시계를 보지 않고 스틱의 남은 길이를 보고 시간을 가늠했다. 가장 오래 (눈을 뜨지 않고 이어서) 명상을 했을 때가 향이 절반 정도 탄 시간, 즉 10분 정도였다. 명상을 더 길게 하지 못하고 눈을 뜨게 되는 이유는 더 이상 집중이 어렵다거나 참지 못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흘러간 시간이 궁금해서였다. 이 정도 했으면 꽤 오래 한 것 같은데 15분 정도는 지나지 않았을까? 주로 이런 식으로 눈을 뜨고 시간을 확인했다..
첫 명상 수업을 위해 삼성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인스타에서 사진으로 본 명상센터의 모습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며 다소 혼잡한 퇴근 시간대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금방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자메시지로 안내 받은 주소의 건물을 찾아가 4층으로 올라갔다. 센터 내부는 온통 흰색으로 센터 바깥과는 문 하나를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공간이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깨끗한 실내 때문인지 공기도 상쾌한 기분이었는데 둘러보니 발뮤다 공기청정기(이것도 흰색이다)가 열심히 일을 하는 중이었다. 데스크처럼 보이는 장소에는 흰색의 도복을 입은 두 명의 직원이 접수를 도와주고 있었다. 수업 첫 날이라 수업료를 결제해야 했다. 앞으로 두 달, 무언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을 기대하며 등록을 했다. 수강 규정을 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