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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주차와 6주차에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인사이드 무비를 집중적으로 했다. 두려움과 분노와 같은 감정들은 기본적으로 불쾌한 감정들이라 이를 외면하면서 살기 쉽다.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

"내 삶은 항상 행복해야만 해."


가르침에 따르면 대상 없는 감정은 없다고 한다.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에도 그것의 원인이 되는 사건 또는 인물이 있게 마련이다. 즉, 우리는 두려울 만한, 또는 화날 만한 일을 겪었기에 그에 수반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이러한 감정을 회피하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조각들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생을 잘 살 수 없다. 나에게 두려운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외면하려 하겠지만 나는 끝까지 남아 스스로를 잘 보살필 필요가 있다. 



2.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언젠가 수업에서 들었던 '탈동일시'의 개념과 언뜻 모순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정적인 감정에 빠져 있는 사람은 그에 수반한 감각, 감정, 생각을 자신과 동일시하게 되면서 인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스스로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면 그 감정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탈동일시를 하기 위해서는 그 부정적 감정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해야 하는 것 아닌가?



3.


의문에 대한 답은 크게 두 가지의 관점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감정은 회피하려 하면 오히려 강화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약화된다는 것, 벌써 수업에서 여러번 반복적으로 들은 내용이다. 


두 번째는 켄 윌버의 <무경계>를 읽으면서 알게 된 내용이다. 책에도 탈동일시의 개념이 언급되는데 이는 삶에 존재하는 모든 경계를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작가의 견해가 반영된 것이다. 


두려움을 회피하는 것에 <무경계>의 관점을 적용해 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자신 사이에 경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A. 현재 나와 동일시하는 나 자신, 주로 긍정적인 감정들 (=자기)

B. 내 안에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자신과 비동일시하는 두려운 감정들 (=비자기)


두려움을 회피하게 되면 우리는 A라는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데, 이는 결코 완전할 수 없다. B를 계속 외면하고 있지만 결국 그것도 나 자신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A를 나와 동일시하는 것처럼 B도 나와 동일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내 인생은 B가 되는 것이 아니라 A+B라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결국 B를 동일시하는 동시에 B로부터 탈동일시를 하는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은 서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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