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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것을 떠나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여러번 겪어도 늘 처음인마냥, 어딘가에서 본 이별의 몇 단계를 필연적으로 거쳐 가야 하는 것일까.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이 나온지도 한 달이 더 지났지만 나는 아직 그 '이별'을 완전히 수용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다.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의 발매를 기다리는 동안은 마지막 앨범이라는 아쉬움보다는 음악 자체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공식 홈페이지의 일기에서 다음 앨범에 대한 실마리가 언급될 때마다 "오오.. 이제 곧 나오는건가"하고 잔뜩 기대하고 또 그 뒤의 기약 없는 기다림에 다소 실망하는 과정을 여러번 겪고 나서는 마지막 앨범이든 뭐든 일단 음악부터 좀 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검정치마의 [Team Baby]와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언니네 이발관의 앨범을 들어보고 나서는 꽤 당혹스러웠다. 처음 듣고는 좀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싱글로 먼저 발매된 '애도'와 '혼자 추는 춤'을 들으며 혼자 그려보고 있던 앨범 전반의 스타일과 실제로 발매된 그 음악들의 느낌이 많이 달라서였을까. 한국 록음악의 현역 대표선수가 언니네 이발관에서 검정치마로 교체되는 것 같은 그 느낌이 혼란스러웠다.


종종 글을 통해서 밝혔던 음악관에 따르면 인생의 시기(나이)에 따라 할 수 있는 음악이 달라진다고 한다. 이석원님의 블로그 소개를 보면 무려 "나이탐험가"라고 되어 있다. 밴드는 마지막 앨범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에 이렇게 오랜 기간 작업을 한 것일까. 검정치마도 공백이 길었지만 그것을 깨고 나온 음악이 생각보다 "쉽게 쓰여진 음악"같은 인상을 줬다면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은 그 공백의 기간만큼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여러번 반복해서 듣고 가사를 곱씹어 보면 왜 이 앨범이 그들의 마지막 앨범일 수 밖에 없는지가 느껴진다. 이발관의 다른 팬들도 게시판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언니네 이발관이라는 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결말같은 것이다. 지난 앨범을 통해 반복적으로 언급된, 인생과 사랑을 부정하면서도 동시에 긍정하는 그들의 인생(사랑)관이 또 한번 반복된다. 비밀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아는 그 비밀을 다시 이야기한다.


음악을 하는 것이 즐거웠던 것은 열심히 공연하고 다니던 젊은 시절 뿐이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이석원님은 현재 '하기 싫지 않은 일'인 작가로서의 일에 매진할 것으로 보이고 이능룡님과 전대정님은 음악을 계속 할 계획인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어쨌든 앨범을 냈으면 공연은 한번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투정섞인 생각도 든다. 어쨌든 언니네 이발관으로서의 커리어는 이제 '영원히 그립지 않을 시간'으로 묻어두려는 것일까.


공연을 해 준다면 더도 없이 반갑겠지만 이제 서서히 이별을 수용해야 할 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홀로 있는 사람들] 앨범을 더 사랑해야 할 것 같다. 힘든 시간을 겪어내며 마지막 앨범을 선물해 줘서 고맙다. 


잘 가, 보통의 존재. 내 꿈의 팝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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