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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자연스러움이란 무척 중요하다. 밴드 라이프 앤 타임이 그의 노래 '유니버스'에서 "우리의 입장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한 것 처럼 말이다.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삶과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생각과 행동도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 와서 조립하려고 할 때도 뭔가 억지로 맞춰진다는 느낌이 들 때면 잠시 멈추고 설명서를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 방향을 착각했을 확률이 높다. 자연스럽게 조립되도록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고심해서 만들어 놨을 것이다. 


음악에 있어서도 이런 태도를 가지려고 한 지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명반'이라고 하는 앨범과 피치포크가 극찬하는 음악이 꼭 내 것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라디오헤드의 새 앨범을 들을 때 그것이 이해가 될 때까지 무한히 반복해서 들어볼 것 까진 없는 것이다. 팬심으로 몇 번쯤 들어보고 귀에 잘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그 음악은 잠시 옆으로 치워둬도 된다. 톰 요크의 (심오한) 세계를 이해 못하는 자신을 열심히 탓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한켠으로 치워 두었던 앨범이 아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좋게 들리는 순간이 있다. 우연히 읽게 된 칼럼에서 내가 한번 듣고 말았던 그 음악이 언급되어서 다시 들어본다거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추천 리스트에 그 앨범이 갑자기 보여서 들어보았을 때 새로운 감상이 느껴지면서 좋아하게 되는 경험을 종종 한다. 출근길에 틀어 본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 중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가 있었는데 그걸 들으면서 [Kid A] 앨범이 완전히 새롭게 느껴진 적이 있었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LCD soundsystem의 [Sound of silver]를 좋아하게 된 경위도 이와 유사하다. 


2000년대의 손꼽히는 앨범으로 이 앨범에 대한 찬사는 정말 많지만 나에게는 그 표현들이 와닿지 않았다. 처음 들었을 때의 소감은 리듬이 다소 기괴하고 보컬이 특이하다, 내 취향의 음악은 아닌 것 같다 정도였다. 그 후 한동안 밴드의 이름을 잊고 있던 중 어느 날 유튜브에서 LCD soundsystem의 라이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이후 내 생각은 180도 바뀌게 되었는데, 제임스 머피의 어쩐지 덕후스러운 외모와는 상반되는 카리스마에 매료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음악이 귀에 꽂히고 나니 너무나 좋게 들린다. 일렉트로니카로 쿨함을 표현한다면 이런 방식이어야만 할 것 같다. 무엇보다, 좋아하려고 노력해서 좋아진 것이 아니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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