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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톤(Westone)사의 이어폰 몇 가지를 청음해 보기 위해 청담동에 있는 청음샵 셰에라자드에 방문했다. 나는 음향기기에 수백, 수천을 투자할 만큼의 오디오필은 아니지만(그럴 여유도 없다) 기본적으로 좋은 소리를 내주는 기기에 대해 관심은 많은 편이다. 


지금보다 예산이 더 부족했던 대학생 시절에도 이어폰을 하나 사기 위해 인터넷으로 이런 저런 정보를 검색해 보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골든이어스와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서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측청치를 쳐다보다가 결국은 포기를 하고 디씨인사이드의 이어폰, 헤드폰 갤러리(이헤갤)에 들어가서 어떤 이어폰이 가성비가 가장 좋은지를 찾아보고 구입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야 느끼는 거지만 주파수별 응답 곡선이라든가 플랫(flat)한 사운드라든가 하는 것이 오디오를 구매하는 사람에게(적어도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음악들을 가장 곱게 들려 주는 것이 결국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이어폰은 결국 극히 개인적인 기기이므로 사용자 자신의 만족도가 중요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내가 만족스러운 기기를 선택하면 그만인 것이다. 청음자 중심에서 벗어나 소리를 지나치게 객관화시키는 관점은 좋아하지 않는다. 


측청치를 맹신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이어폰에 따른 소리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범주화시켜서 표현할 필요성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주관적인 감상평이 들어간 사용기 혹은 청음기는 흥미롭게 읽게 되는 것 같다. 이 사람은 이 이어폰의 소리를 뭐라고 표현했을까, 내가 느꼈던 인상과 비슷한가 등을 비교해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같은 소리라도 청음자의 호/불호에 따라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도, 부정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음이 깎여서 선명도가 다소 떨어지는 소리에 대해서 '따뜻하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고 '뿌옇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웨스톤의 W시리즈는 그 따뜻한 소리(혹은 뿌옇게 안개낀 소리)를 들려주는 특성이 있어 보인다. W60은 W50에 비해 밸런스드 아마추어(BA)가 하나 더 추가되어서인지 고음 영역이 좀 더 보강된 소리를 들려 준다. 하지만 소리의 선명도를 기준으로 하자면 W60도 여전히 약점이 많이 느껴진다. 듣는 재미를 목적으로 한다면 다소 소리의 왜곡이 있더라도 내가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주면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그 소리 특성이 사실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들어본 몇 개의 곡 중 검정치마의 [Team Baby] 앨범만 좀 괜찮게 들리는 정도. Two door cinema club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웨스톤 AM Pro 30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기타가 선명하게 들리고 저음도 탄탄하게 느껴진다. 어떤 부분이 엄청나게 사랑스럽다, 하는 부분은 없지만 내가 음악을 듣는 기준에서는 흠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비교적 저가인 UE900(또는 UE900S)와 유사한 소리 특성을 가지긴 하지만 출력은 훨씬 좋다. 플레이어의 같은 볼륨에서도 더 단단하고 큰 소리를 들려준다. 


UM Pro 50은 이렇다 할 장점을 찾기 어려웠다. 찾아보니 AM시리즈와는 ambient port(잘 모르는 종류의 이야기다) 외에는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 왜 소리가 그다지 좋지 않게 들렸던 것일까. 마지막 순서로 들어 본 기종이라 귀가 많이 피로해진 영향도 있었을 테지만, 마냥 그렇다고 보기엔 매장을 나서기 직전에 들어본 Shure의 어떤 헤드폰 소리는 너무나 좋게 들렸다. 


웨스톤의 이어폰을 산다면 나는 AM Pro 30을 고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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