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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늘 스스로에게 주지시켜야 하는 것들 중 하나는 속물적인 인간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의식적인 자각 없이는 세속주의에 젖어들기가 쉬운 사람인 것 같다. 이때쯤이면 스스로에게 경고를 한번 날려줘야하는데 그 순간을 놓치고 일상의 관성에 몸을 의지하다 보면 속물적인 엔트로피가 자각하지 못한 새 많이 늘어나 있는 것이다. 


세속 게이지가 너무 많이 증가했다고 알아차릴 때면 잽싸게 수술용 장갑을 끼고 메스를 들고 마음을 절개하여 수리해야 한다. 이번에는 Sigur Ros의 [Takk...] 앨범을 오랜만에 듣기로 마음 먹었다. 이번 증상은 꽤 중증인 것 같아 보여 음악을 그냥 틀어놓는 것으로는 안되겠다.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서 집중해서 첫 번째 트랙부터 꼼꼼하게 들어 볼 테다. 


절개하여 영혼을 꺼내 보니 아주 많이 천박해져 있음이 느껴진다. 이 천박한 덩어리들을 제거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그리고 보니 작년에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로 Sigur Ros의 내한 공연이 있었는데 그 때의 감동이 절실하게 그리워진다. 


다큐멘터리 [Heima]를 찾아서 보았다. 이 아이슬란드 밴드가 만들어낸 음악들이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은 뒤로 그들은 전 세계의 큰 도시들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게 된다. 아이슬란드의 대자연 속에서 아이슬란드적인 음악을 하던 그들에게 갑작스러운 유명세와 도시의 수 많은 관객들은 아마도 많이 낯설었을 것 같다. 이름이 알려진다는 것에 대한 기쁨도 있었겠지만, 인터뷰에 따르면 그들은 월드 투어에 대한 회의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큰 규모의 공연과 유명세를 어떤 세속주의적인 요소로 가정한다면, 그들에게는 그러한 요소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구체적인 속사정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어쨌든 영상에서 메인 보컬인 욘시(Jonsi)와 멤버들은 아이슬란드로 돌아와 있다. 그리고 그 땅의 곳곳에서 일종의 깜짝 공연(unannounced concerts)을 한다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주된 내용이다. 


아이슬란드에서의 공연 영상을 보면 관객이 있을 때나 하나도 없을 때나 모든 순간이 행복해 보인다. 관객들은 그 수가 많지 않았으며, 음악을 감상하는 태도도 다양하다. 집중하는 사람도 있으며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듯 멍하게 있는 사람도 있으며 돌아다니는 사람도 보인다. 관객이 없는 순간에는 아이슬란드의 자연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Heima]를 보면서 나도 아이슬란드의 사람들 중 하나가 된 양,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을 진지하게 듣기도 하고 잠시 공상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니 마음이 계속 편안해진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그들이 내한하게 된다. 티켓을 예매해 두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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