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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전달해 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 대한 자료를 보았다.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 14일에 지구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의 이름이라고 한다. 사진의 이름이 창백한 푸른 '별'이 아니라 '점'인 것은 제목 그대로 사진에서의 지구는 아주 작은 하나의 점으로만 나타나 있을 뿐,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지구의 형태도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주 멀리서 바라본 지구의 사진이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종종 떠올리는 문장이지만 사진으로 보니 그 사실은 새삼 새로워진다. 그 작은 점조차 나에게는 거대한데 나는 그 점의 표면의 아주 티끌같은 공간을 하나 차지한 채 먼지처럼 앉아 있다. 나는 훅 하고 부는 바람에 쉽게 날아가버릴 정도로 미약한 존재이다. 


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다. 언젠가 우리 모두 별이 되어 사라진다던 언니네 이발관, 나는 별이 되고 싶었던게 아니라던 검정치마, 그리고 모임 별이 생각난다. 


이번 글에서는 모임 별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밴드 이름 자체가 별이다. 음악 활동을 하는 모임이기도 하고,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을 참고해 보면 디자인이나 브랜딩을 하는 컨설팅팀이라는 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원래는 술모임이었다고 한다. 참 다양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들이다. 


초기에 이들은 <월간 뱀파이어>라는 이름으로 음반이 포함된 사진 잡지를 여러 부에 걸쳐 발간했던 것 같다. 나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잡지를 소장하고 있던 지인의 집에 방문했을 때 그것들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사진의 느낌들이 꽤 마음에 들었다. 현재는 책자(하드카피)로는 구할 수 없다.


[아편굴 처녀가 들려준 이야기]는 <월간 뱀파이어>의 수록곡 중에서 몇 곡들을 선별하여 음반 형태로 발매한 것인데, 말하자면 일종의 베스트 앨범이라고 불러도 될 듯 하다. 그러나 곡들을 쭉 들어보면 처음부터 하나의 앨범으로 발매된 듯 감성적인 면에서의 통일성이 느껴진다. 그 특이한 감성은 술모임답게 술에 잔뜩 취해 밤 늦은 시간의 거리를 걸을 때 상점의 불빛들이 뿌옇게 보일 때 드는 기분, 그런 기분을 잔뜩 느끼게 한다.


첫 트랙인 '2'를 듣다 보니 창백한 푸른 점 사진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노래를 들으면서 다시 구글에 창백한 푸른 점을 검색하여 모니터에 꽉 찬 사진으로 보았다. 


모임 별의 희뿌연 감성은 우주 사진과도 어울리고 술과도 어울린다. 스스로 비참해진 생각이 들 때도 들어보면 왠지 위로가 된다. 중반부 트랙인 '세계의 공장'은 내가 들어 본 노래들 중 가장 슬픈 노래 중 하나인데 가사도 좋고 멜로디도 좋다. 그런데 왜 노래 제목이 세계의 공장인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왜 공장일까, 연결시킬 만한 실마리를 찾기가 영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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