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대넓얕의 공식 힐러인 김도인님의 명상 수업을 신청해두었다. 명상에 관심을 가진 뒤로 아주 적극적인 태도는 아니었지만 명상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모로 알아보던 터였다. 명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게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의식에 대한 탐구라든지 스트레스의 감소라든지 하는 것들을 들 수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위로가 필요할 정도로 마음이 힘들진 않지만,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방어막을 쳐 보지만 내가 차마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간 마음의 어떤 한 부분은 위로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말이 담을 수 있는 내용은 몹시도 제한적이다. 적합한 단어들을 떠올려 봐도 그 단어들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많은 의미들을 나는 어쩌면 놓치고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전봇대 높이만큼 날아오르는 비둘기를 보았다. 비둘기는 바닥에서 먹을 것이라도 찾고 있었는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길 한 구석에서 우회전해 나온 큰 SUV 하나가 골목길치고는 빠른 속도로 그 비둘기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도시의 비둘기들이 늘 그러하듯 빠른 속도로 총총걸음을 해 자동차를 피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다면 바닥에서 기껏해서 20cm 정도의 높이로 푸드득 날아 도망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빠른 걸음으로는 피하기가 쉽지 않았는지 비둘기는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는데 자동차를 피한 뒤에도 한참을 날갯짓하더니 결국에는 길가에 있던 전봇대의 높이만큼 솟아올랐다. 아마도 많이 놀라서 초(超) 비둘기적인 능력을 발휘한 것이었을까. 살이 잔뜩 오른채로 도시를 배회하는 닭둘기의 이미지 ..
이 음반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몇 년 전의 겨울이었다. 앨범의 발매 연도가 2007년이니 실제로 앨범이 세상에 나온 지 시간이 꽤 흐른 다음에 알게 된 것이다. 애플 뮤직의 추천 리스트에서 앨범을 발견하고는 첫 번째 트랙부터 쭉 들어보았는데, 세 번째 트랙인 Skinny Love의 멜로디를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실상 그 정도의 감상을 끝으로 이런 앨범이 존재한다는 것만 머릿속 한켠에 담아두고 넘겼다. 그 이후에도 Bon Iver라는 이름은 생각나지 않았지만 Skinny Love는 왠지 종종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어 찾아서 들어보곤 했다. 한 음반이 개인에게 소중한 것으로 자리잡는 과정은 저마다 다 다른 이야기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앨범은 첫 만남부터 강렬하다.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