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서 가만히 앉아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하는 스피커가 있다. 음향기기 매니아들의 입장에서 보기엔 별볼일 없는 스피커일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는 나름 적당한 돈을 들여 구매한 것으로 꽤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저녁 시간 이후에는 스피커의 볼륨을 키우기가 곤란하므로 퇴근 후의 시간에는 속시원히 볼륨을 올려보지 못했다. 지금은 낮에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으므로 원하는 만큼,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볼륨으로 음악을 감상하곤 한다. 볼륨을 한 칸 올리면 훨씬 좋아지는 음악들이 많다. Two door cinema club의 1집 [Tourist History]를 방을 가득 채우는 사운드로 들어보니 꽤 만족스럽다. 이어폰으로 들을 때도 좋았지만 스피커로 들으니 역시 다른 맛이 있군, 하고 고개를 끄덕여본다...
친구가 전달해 준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에 대한 자료를 보았다.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 14일에 지구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의 이름이라고 한다. 사진의 이름이 창백한 푸른 '별'이 아니라 '점'인 것은 제목 그대로 사진에서의 지구는 아주 작은 하나의 점으로만 나타나 있을 뿐,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지구의 형태도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주 멀리서 바라본 지구의 사진이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종종 떠올리는 문장이지만 사진으로 보니 그 사실은 새삼 새로워진다. 그 작은 점조차 나에게는 거대한데 나는 그 점의 표면의 아주 티끌같은 공간을 하나 차지한 채 먼지처럼 앉아 있다. 나는 훅 하고 부는 바람에 쉽게 날아가버릴 정도로 미약한 존재이다. 별이라고 하면..
살아가면서 늘 스스로에게 주지시켜야 하는 것들 중 하나는 속물적인 인간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의식적인 자각 없이는 세속주의에 젖어들기가 쉬운 사람인 것 같다. 이때쯤이면 스스로에게 경고를 한번 날려줘야하는데 그 순간을 놓치고 일상의 관성에 몸을 의지하다 보면 속물적인 엔트로피가 자각하지 못한 새 많이 늘어나 있는 것이다. 세속 게이지가 너무 많이 증가했다고 알아차릴 때면 잽싸게 수술용 장갑을 끼고 메스를 들고 마음을 절개하여 수리해야 한다. 이번에는 Sigur Ros의 [Takk...] 앨범을 오랜만에 듣기로 마음 먹었다. 이번 증상은 꽤 중증인 것 같아 보여 음악을 그냥 틀어놓는 것으로는 안되겠다. 차분하게 의자에 앉아서 집중해서 첫 번째 트랙부터 꼼꼼하게 들어 볼 테다. 절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