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던 것을 떠나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여러번 겪어도 늘 처음인마냥, 어딘가에서 본 이별의 몇 단계를 필연적으로 거쳐 가야 하는 것일까. 언니네 이발관의 마지막 앨범이 나온지도 한 달이 더 지났지만 나는 아직 그 '이별'을 완전히 수용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못한 것 같다.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의 발매를 기다리는 동안은 마지막 앨범이라는 아쉬움보다는 음악 자체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공식 홈페이지의 일기에서 다음 앨범에 대한 실마리가 언급될 때마다 "오오.. 이제 곧 나오는건가"하고 잔뜩 기대하고 또 그 뒤의 기약 없는 기다림에 다소 실망하는 과정을 여러번 겪고 나서는 마지막 앨범이든 뭐든 일단 음악부터 좀 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검정치마의 [Team ..
지인의 추천으로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영화 [미스터 노바디 Mr. Nobody]를 보았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는 이제는 다소 식상해진 아이디어를 이렇게 흥미롭게 들려줄 수도 있구나, 역시 스토리텔링의 힘은 강력하다. 뭐, 보다 더 깊은 철학적 함의가 숨겨져 있을 수는 있겠지만 굳이 다른 사람들의 리뷰는 찾아보지 않기로 했다. 과거의 선택들이 현재의 나를 규정한다. 우리의 경험은 대부분 선택적이다. 물론 이 세상에 태어나는 선택은 내 것이 아니었지만 머리가 크고 나서는 스스로의 결정으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과거의 사소한 선택 하나가 내 삶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꿀 수..
삶에서 자연스러움이란 무척 중요하다. 밴드 라이프 앤 타임이 그의 노래 '유니버스'에서 "우리의 입장은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한 것 처럼 말이다.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삶과 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생각과 행동도 그냥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이케아에서 가구를 사 와서 조립하려고 할 때도 뭔가 억지로 맞춰진다는 느낌이 들 때면 잠시 멈추고 설명서를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 방향을 착각했을 확률이 높다. 자연스럽게 조립되도록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고심해서 만들어 놨을 것이다. 음악에 있어서도 이런 태도를 가지려고 한 지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명반'이라고 하는 앨범과 피치포크가 극찬하는 음악이 꼭 내 것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라디오헤드의 새 앨범을 들을 때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