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와 맥주를 먹고 마시며 명상을 해 보았다.쉽다.음악도 틀지 않고 어두운 조명 아래의 작은 스툴에 징거버거와 블랑1664만 단촐하게 놓아둔 채 맥주를 한 모금, 그리고 버거를 크게 한 입 베어물기를 반복했다. 맥주를 마실 때는 온전히 맥주를 마시는 나 자신에 집중. 맥주의 향과 목을 간지럽히는 탄산의 자극에 집중하고 버거를 먹을 때는 빵과 닭가슴살의 식감에 집중하면 된다. 즐거움에 집중하기는 참 쉽다. 인생 전체가 버거와 맥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직장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할 무렵, "내가 처한 곳에서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우연히 접한 후 회사에서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그래, 모든 것은 마땅히 공(空)한 것이니 내가 이토록 싫어하는 회사라도 그 본질은 좋은 것도 싫은 ..
수업 초반에 김도인 선생님이 준비한 체크리스트를 통해 스스로의 심리적 탈진 여부를 테스트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총 40가지의 문항을 들으며 각 항목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는 방식이었다. 테스트 결과 난 심리적 탈진 '후보군'인 것으로 밝혀졌다. 출근을 더 이상 하지 않는데도 이 정도라니. 명상을 통한 마음의 고요가 절실해진다. 마음이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그것을 판단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면서 코끼리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기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마음에 분노가 일어나고 있다면 그 감정 자체를 바라보고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음의 세밀한 부분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감정 자체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감정이 일어날 ..
퇴사를 실행할 당시에 꾸준히 받던 월급이 없어지더라도 궁핍하게 살지는 말자고 생각했었다. 소비의 질과 양이 행복을 100퍼센트 규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급격한 소비의 위축은 행복감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줄 것이다. 그렇다고 회사를 다닐 때처럼 조금 피곤하다는 핑계로 꽉 막히는 올림픽대로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택시를 타고오는, 그런 비합리적인 소비는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필요없이 물건을 많이 샀던 것 같다. 돈을 쓰는 행위 자체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꽤 경감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직구 게시판을 수시로 드나들며 가전제품이나 옷을 많이 샀었다. 세일 기간에는 관세가 면제되는 범위 내에서 브랜드 옷들을 장바구니에 꾹꾹 눌러담아 여러 번 사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니, 이게 국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