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와 같이 별다른 계획 없이 실행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보통은 더 나아 보이는 직장으로 이직을 한다든지, 개인 사업을 시작한다든지 하는 이유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번듯한 직장을 왜 그만두냐고 주변에서는 우려하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퇴사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누군가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지만 막상 돈을 벌기 시작하면 그것과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고민의 양상도 달라지는 것이다. "회사나 가고 싶다"가 "회사 나가고 싶다"로 변하는 순간이 필연적으로 생긴다. 이유는 참 복합적이다. 조직 생활도 싫고 내가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을 회사에 들이붓는 것도 싫다. 월급날 오전에 통장에 찍히는 금액을..
첫 명상 수업을 위해 삼성동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인스타에서 사진으로 본 명상센터의 모습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며 다소 혼잡한 퇴근 시간대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금방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자메시지로 안내 받은 주소의 건물을 찾아가 4층으로 올라갔다. 센터 내부는 온통 흰색으로 센터 바깥과는 문 하나를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공간이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깨끗한 실내 때문인지 공기도 상쾌한 기분이었는데 둘러보니 발뮤다 공기청정기(이것도 흰색이다)가 열심히 일을 하는 중이었다. 데스크처럼 보이는 장소에는 흰색의 도복을 입은 두 명의 직원이 접수를 도와주고 있었다. 수업 첫 날이라 수업료를 결제해야 했다. 앞으로 두 달, 무언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을 기대하며 등록을 했다. 수강 규정을 읽어..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읽었을 때가 떠오른다. 20대 초반 군생활을 하던 때였는데 내무실에 놓여 있었던 를 발견하고는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의 기억으로는 소설인데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그러한 호기심이 독서의 동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소 불순한 동기로 읽기 시작한 책은 놀랍게도 내 20대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었던 책이 되었다. 전역하기 전까지도 여러 번에 걸쳐 읽었고, 책에 나오는 위태롭고 허무하지만 낭만적인, 그렇게 뒤섞인 감정이 이야기에서 나에게로 전이되었다. 20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감정들이 많이 흐려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나는 젊은 날에 그 이야기처럼 살고 싶었던 것 같다. 30대를 시작..